김설진, 좋아하는 일 앞뒤 안 보고 하는 이유 [인터뷰]
2018. 02.22(목) 18:12
흑기사 김설진 인터뷰
흑기사 김설진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행복’. 많은 이들이 행복을 잡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행복’을 잡으려다 오히려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현재 이 시간에 대한 즐거움을 볼 줄 아는 사람만이 행복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현대 무용가 김설진은 찰나의 행복에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가 걸어온 길도, 걸어가는 길도, 걸어갈 길도 ‘행복’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케이블TV Mnet 예능 프로그램 ‘댄싱9’으로 얼굴을 알린 김설진은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흑기사’(극본 김인영 연출 한상우)에서 양승구 역할에 도전했다. 그는 드라마 종영 당시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요즘에서야 드라마가 종영한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생각해야 할 인물이 없어져 금단 증상을 느낀다”고 양승구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설진은 무용가인 그이지만 캐릭터를 분석하고 이를 사람들 앞에 펼쳐내는 것에 대한 호기심 덕분에 연기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더구나 벨기에 피핑 톰 무용단에서 춤, 연기, 노래 다양한 분야를 해왔던 터. 그렇기에 때문에 양승구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양승구 캐릭터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도 김설진에게는 의외였다. 한상우 감독의 연락을 받았을 당시 김설진은 ‘작품에서 안무가 필요한가’라고 생각을 하고 한 감독을 찾았다. 하지만 한 감독은 김설진에게 대본을 보여주고 상대 역할이 되어 주며 대본 리딩을 요구했다. 김설진은 지금껏 자신이 봤던 춤 오디션과 다른 오디션에 “처음에는 오디션이 맞나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좀처럼 닿지 않았던 연기 기회에 김설진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또한 극 중 승구가 춤을 추는 장면 역시도 한 감독이 이야기한 극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는 “감독님이 한국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샤론의 마음을 춤으로 표현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김설진은 각 장면에 들어가는 춤을 통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시청자들에게 전하려고 애를 썼다. 특히 승구가 홀로 춤을 추는 장면에 대해 “승구라면 혼자 있어도 독특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승구라면 마네킹을 인형 삼아 이야기를 나눌 것 같았다. 그래서 마치 마네킹처럼 춤을 추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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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가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도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김설진은 “도전을 하기에는 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연기를 한 것이 도전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자신이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도전’이라고 하는 것을 정정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앞뒤 안 보고 하는 편”이라고 했다.

겁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가족’ 때문이라고 했다. 김설진은 결혼을 하고 여건이 되지 않아 결혼 5~6년 만에 첫 아이를 품에 안게 됐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춤이 자신의 인생에 최우선이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난 뒤 바꾸게 됐다”고 했다. 자신이 춤을 추는 것 때문에 가족이 불행해지면 그만 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어찌 보면 “좋아하는 일을 앞뒤 안 보고 하는 편”이라고 말한 것과 상충되는 말이다. 하지만 그가 앞뒤 보지 않고 춤을 출 수 있는 이유는 아내의 힘이 컸다. 더구나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덕분에 가족이 행복하게 된 덕분이기도 했다.

“한 때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아내에게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아내의 첫 마디가 ‘닥쳐’ 였어요. 그리고는 아내가 ‘춤으로 돈을 벌어와’라고 말했어요. 그 길을 가는 게 얼마나 힘든 길인 줄 알면서도 나를 지지해준 것이 너무 고마웠어요.”

허나, 춤이라는 길이 쉽지 않은 길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표현을 하는 것들에 대한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설진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30살 이후에는 춤이 늘어도 더디다. 기능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이로 인한 슬럼프에 힘들어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 시기에 김설진은 자신의 선생님을 찾아가 이러한 고민을 묻기도 했다. 그는 “30살이 되면 명확해지고 단단해지고 확실해져 자신감이 생길 줄 알았는데 갈수록 불안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50살이 되도 똑같이 불안하다’고 말하셨다”고 했다. 이 말이 오히려 자신을 명쾌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라면 깨진 독을 붙여 고인 물이 되기 보다는 흐르게 나두자고 생각했다”며 “그러면 적어도 독 안이 깨끗해질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이런 마음가짐 덕분에 그는 새로운 정체성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김설진은 신체적 한계에 얽매이지 않게 된 것이다.

“높이 들기 보다, 멀리 뛰기 보다 어떻게 드는지, 어떻게 뛰는지에 집중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게 되니까 ‘왜 이렇게 됐지’를 고민하면서 재미 있는 부분이 달라졌어요. 집착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됐어요.”

이런 경험 탓에 김설진은 행복에 대해서도 조금은 달리 생각했다. 행복해야 된다는 집착이 불행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행복한 상태”라며 “잡히지 않는 행복을 찾기 보다 지금 행복에 집중하면 집착을 버리게 된다”고 했다. 그렇기에 김설진은 잡히지 않는 행복에 고민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좋은 지, 좋지 않은지”만을 보게 됐다. 그렇기에 김설진에게 있어서 춤도, 연기도 그 일환일 뿐이다. 또한 지금 이순간이 좋다면 약간의 불편함 자체도 재미라고 했다. 그는 “캠핑과 마찬가지다. 집 떠나 사서 고생하지만 그 자체가 재미지 않는가”라고 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힘든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 역시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 우선 순위가 달라진다. 직업으로 생각하면 돈이 커질 수 밖에 없고 돈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반대로 생각을 하면 ‘좋아하는 걸 하는데 돈을 준다’라고 보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찰나의 행복이 중독적이에요. 긍정적인 의미의 쾌락이죠. 하지만 이러한 찰나가 쌓이면 결국 인생이 되는 거죠. 이런 소리가 좋아하는 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에 할 수 있는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어요. 힘든 삶에 이렇게라도 배 불러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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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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