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허성태의 다행스러웠던 10년 [인터뷰]
2021. 04.21(수) 15:05
괴물, 허성태
괴물, 허성태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늦은 나이에 배우라는 길에 접어들어 앞만 보고 달려온 지도 벌써 10년.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연기로서 많은 걸 증명해낸 그다. 그럼에도 허성태는 "내겐 그저 다행스러웠던 10년이었다"고 겸손히 말했다.

허성태는 지난 2012년 SBS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배우다. 그는 거제도 조선소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근무하다가 35살 나이에 퇴사한 뒤 연예계에 발을 디딘 평범치 않은 이력을 지니고 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데뷔한 만큼 뒤늦은 무명 시절도 겪었다. 그러다 2016년 '밀정'을 시작으로 주목받기 시작,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주연과 조연으로 활약하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채웠다. 올해에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고요의 바다'의 공개를 앞두고 있을 정도.

10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괴물'(극본 김수진·연출 심나연) 역시 그의 다작 행보의 일환이다. '괴물'은 만양에서 펼쳐진 연쇄 살인을 중심으로 진실을 파헤치려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공조를 그린 심리 추적 스릴러다.

허성태는 심나연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괴물'에 출연하게 됐단다. 2015년 JTBC '하녀들'에서 각각 단역과 연출부로 만난 과거가 있었던 것. 허성태는 "2, 3회차에 단역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 촬영이 끝나고도 내 행보를 다 보고 계셨더라. 그래서 감독님이면 괜찮을 것 같아 그냥 '오케이'를 했다. 이미 감독님의 태도나 행동들은 물론,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성태는 평소 드라마 출연을 결정할 때도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허성태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일하는 게 일 순위다. 서로가 이미 좋았던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 다시 호흡을 맞출 때 더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난 운도 좋은 것 같다. 매번 좋은 작품을 만나고 좋은 배우분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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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허성태는 문주 드림타운 개발 대책위원회 위원장이자 JL건설 대표 이창진 역을 맡았다. 이창진은 21년 전 만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중요 키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허성태는 자신이 연기한 이창진 역에 대해 "부산에서 태어나 재래시장에서 자란, 넉넉지 않은 형편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런 과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더 성공을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려온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하면서 "나 역시 유복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이창진과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젊을 땐 '빨리 성공해서 돈을 벌자' '좋은 회사 들어가서 열심히 일을 하자'는 게 전부였었다. 덕분에 쉽게 이창진의 전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다만 복잡하게 내면을 그려내려 하지 않았다"면서 "이창진이 부산 조폭 출신이기에 험한 일들은 이미 다 겪었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 해석했다. 그렇기에 이창진을 연기할 땐 그저 순수한 열정만 담아내고자 했다. 내가 많이 준비한 것도 없었다. 이미 감독님과 작가님이 다 준비를 해주셨기 때문에 그냥 흐름만 타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허성태가 이창진 역을 위해 가장 신경 쓴 게 있다면 바로 체중이었다. 조폭 출신이라는 설정과 '두꺼비'라는 별명 때문에 통통한 체중을 유지했다고. 허성태는 "몸무게를 찌우고 있는 게 '괴물'을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다"며 "이창진이라는 캐릭터엔 어울리지만 이렇게 쪄있는 상태로 작품에 나오는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어색하기도 하고 스스로 보기에 힘들었다. 주변에서도 '네가 맞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이어트에 들어가 7kg를 감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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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태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던 덕일까. '괴물'은 허성태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언급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달성한 것은 물론, 넷플릭스에선 tvN '빈센조'에 이어 한국의 톱10 콘텐츠 2위에 올라와 있다.

허성태 역시 "되게 좋은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좋은 작품을 정말 많이 했지만 '괴물'은 그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라 당당히 말할 수 있다"고 칭찬하며 "저 역시 한 명의 시청자로서 무척 재밌게 봤다"고 전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잘 되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허성태는 "처음엔 이런 작품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대사 호흡도 이렇게나 긴 작품이 처음이라 부담도 많이 됐다. 그럼에도 촬영을 잘 마치고 좋은 평가까지 받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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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해 벌써 연기를 시작한 지도 10년 차. 허성태는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면서도 "참 다행스러웠다"고 언급했다. 허성태는 "단역을 했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지금이 정말 천만다행이라 생각된다. 10년이 짧다고 말할 수는 없는 시간이지만 젊은 나이부터 연기를 시작한 배우분들이 생각하기엔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 그런 걸 생각해 봤을 때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밖엔 안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성태는 "대중분들껜 늘 새로운 모습만을 보여드리고 싶다. 배우로서의 목표도 어머니와 시청자들에게 가능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거다. 배우로서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고민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명확한 계획을 세우진 않으려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정말 많은 사업 계획서를 세워봤지만 그대로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또 계획을 세우다 보면 연기에 조바심이 묻어 나온다. 연거푸 고민을 하다 보니 삶도 피폐해진다. 칼을 잘 갈면 잘 벨 수는 있겠지만 어딘가 꾸며져 보이지 않냐. 그런 연기가 제대로 된 연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좋은 연기란 자연스러운 것도 자연스러운 거지만, 날 것에서 오는 연기라고 생각한다"는 허성태는 "그래서 개인적으론 날 것의 느낌을 갖고 있는 배우들이 부럽다. 그런 매력은 연습해선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라 본다. 언젠가는 나 스스로도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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