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를 자처하는 '사이코러스' [TV공감]
2021. 05.17(월) 18:00
tvN 코미디빅리그 사이코러스
tvN 코미디빅리그 사이코러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누군가에 대한 비하 없이는 개그 프로그램의 존속이 어려운 걸까. '코미디 빅리그' 속 코너인 '사이코러스'의 담배 개그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저녁 방송한 tvN 예능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에 걸그룹 오마이걸 멤버들이 특별 출연했다.

이들은 '사이코러스'에 출연했다. '사이코러스'는 양세찬 황제성이 기존 가수의 노래에 맞춰 기상천외한 가사들을 지어내 엉터리 코러스를 넣는다는 포맷의 콩트로, 그간 여러 가수들이 방문해 화제몰이를 한 '코빅'의 인기 코너다.

오마이걸은 '던던 댄스', '살짝 설렜어' 가사에 맞춰 황제성 양세찬과 함께 콩트를 펼쳤다. 문제는 '살짝 설렜어'에 추가된 이들의 코러스.

멤버들이 '살짝 설렜어'를 부르던 도중, 황제성 양세찬은 "두 갑 피는 걸" "같이 피러 갈 사람" "넌 전담(전자 담배)인 걸" 등의 코러스를 추가했다. 특히 이들은 간주 부분에서 "담배만 보면 유아는?"이라고 외쳤다. 다음 가사는 유아가 부르는 "살짝 설렜어 난", 유아는 당황한 채 웃으며 해당 부분의 노래를 소화했다.

그간 담배를 소재로 한 개그는 수 차례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특히 여성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불쾌하다는 반응이 가중됐다. 기호 식품인 담배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고, 여성 흡연자에 대한 편견을 더해서 이를 들은 여성 출연자가 놀라거나 당황해하는 모습을 즐기는 개그 방식이 폭력적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수년 전 JTBC '아는 형님'에서도 같은 논란이 벌어졌다. 출연자 김희철이 매번 여성 게스트들의 신상에 대한 퀴즈를 푸는 시간에 담배 개그를 던져 출연자들을 당황시켰던 것. 당시 놀라는 여성 출연자들의 모습을 개그로 소비하고 오히려 부추기는 '아는 형님' 멤버들의 행동도 함께 논란을 빚었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구태의연한 담배 개그를 이어가는 '사이코러스'의 행보에 일부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BS2 '개그콘서트'까지 21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폐지된 지금, 유일하게 살아남은 TV 개그 프로그램인 '코빅'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기 때문.

혹자는 "개그는 개그일 뿐, 모든 소재를 검열하다 보면 개그 프로그램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이러한 주장을 소위 '프로불편러'들의 과민한 반응이라 말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그간 사회적 무지로 인해 용인되던 비하 개그가 사라져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다.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코미디언들의 발상이 변화한 시대상과 나란히 발을 맞추지 못한다면, 개그라는 장르 전체가 계속해 생존의 위협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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