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여자들의 각축장이 아닌 '탈출기'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06.12(토)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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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막장’이 ‘보통 사람의 상식과 도덕적 기준으로는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의 드라마’라 한다면 tvN 드라마 ‘마인’(연출 이나정, 극본 백미경)도 그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여러모로 들어맞는다 할까.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트하우스’ 류의 작품들과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고 구분될 수밖에 없는 결과 방향을 갖는다.

흠결 없는 주류가 되고자 하나 환경에 의해 배제된 이들이 가진 비뚫어진 욕망이 갈등의 중추가 된다는 점은 비슷하다. 여기서의 환경이란 표면적으로는 집안의 재력 차이, 이면적으로는 핏줄이 같고 다르고의 차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도. 그러다 보니 제 위치를 지키기 위해 혹은 빼앗아 제 위치로 만들기 위해 벌어지는 각축전의 중심에는 자식에 대한 지극하거나 지독한 사랑 또한 공통적으로 놓여 있다.

흥미롭게도 이 부분에 변주를 주고 있는 작품이 ‘마인’이다. 지극하거나 지독한 모성애, 부성애로 남부러울 것 없는 높디 높은 펜트하우스에 자녀를 끼워넣으려 온갖 악을 쓰는 모양새를 취하곤 하는 보통의 막장과 달리, ‘마인’의 엄마들은 효원가라는 거대한 부의 영향력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어떻게든 빼내려 안간힘을 다한다. 유사한 설정을 지닌 작품군에선 찾아보기 힘든, 낯선 풍경이다.

“나 하준이 데리고 그 집에서 나갈 거야.”

‘마인’의 ‘서희수’(이보영)는 남편의 옛 애인이 낳은 아들 ‘하준’(정현준)을, 제 배 아파 낳지 못한 것을 미안해할 정도로 아끼고 사랑한다. 비록 사람들은, 효원이라는 재벌그룹의 둘째 며느리로 들어갔다는 그녀의 화려한 행보만 눈여겨 보겠다만, 그녀의 진실된 속내는 그러했다. 그리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희수가 곧 처하게 되는 처참한 상황에 의해 본격적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죽은 줄 알았던 하준의 친모 강자경(옥자연)이 튜터로 등장하면서 드러난 남편의 진면목은 경악할 만큼 끔찍하여, 희수는 그 괴물을 키워낸 효원이란 포악한 소굴을, 그녀 혼자만이 아닌 하준과 함께 탈출할 것을 결심하게 되는 까닭이다.

여기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차별점은, 여타의 드라마라면 분명 희수와 하준의 친모 등, 여자들의 각축장으로 그려냈을 것이 친모이든 계모이든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유대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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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의 형님, 정서현(김서형)을 빼놓을 수 없겠다. 효원가의 첫째 며느리로 몸 전체에서 풍겨 나오는 특유의 귀티 어린 서늘함이 얼핏 야망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내면에 누구보다 지긋한 온기를 지녔다. 그녀 역시 남편의 전부인이 낳은 아이 수혁(차학연)을 아들로 두었는데 희수와 달리 살뜰한 엄마 노릇은 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수혁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효원을 빠져나갈 결심을 비추었을 때, 처음으로 엄마의 위치에 서서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되어주는 인물이다.

‘마인’은 이러한 서현까지 희수와 하준의 탈출기에 동참시킴으로써, 우리네 드라마 속에서 으레 적대자나 경쟁자의 관계로 담겨 왔던 친모와 계모, 동서지간을 서로의 조력자로 만들어 놓는다.

그리하여 서로 다른 색과 향을 지닌 모성이, 아니 여성의 인간애가 힘을 합쳐 효원으로 상징되는, 기존의 사회가 안간힘을 쓰며 붙들고 있는 기득권 중심의 권력 구도와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모양새를 취하게 되니, 결과적으로 유사한 설정을 가진 드라마들과 전혀 다른 양상을 띤 장면이 연출되는 게다.

“원래 벽은 없었어요. 코끼리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에요.”

이제 우리들은 ‘마인’을 보며 더이상, 그래서 저 악녀는 어떻게 벌을 받는 거야, 라고 묻지 않는다. 실은 거대하기 때문에 억눌려 있는 저 여자들이 어떻게 힘을 합쳐 자신을 옥죄고 있는 편견 가득한 현실을 헤치고 탈출하는지에 중점을 둘 뿐이다. 대단한 사고의 전환이다. ‘마인’이 어떤 막장드라마보다 그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절대 막장드라마로 분류될 수 없고 분류되지 못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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