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제한' 조우진, 꿈을 이루다 [인터뷰]
2021. 07.06(화) 12:10
발신제한, 조우진
발신제한, 조우진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배우의 꿈을 위해 상경한지도 어느새 22년. 무명이라는 어려움 속에도 늘 좋은 연기만을 위해 노력해 온 배우가 있다. '발신제한'을 통해 첫 단독 주인공이라는 꿈을 이룬 조우진의 이야기다.

조우진이 배우가 된 건 지난 1999년. 집안의 반대에도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단돈 50만 원을 들고 서울로 올라왔고, 같은 해 연극 '마지막 포옹'을 통해 데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성공이 마냥 쉬웠던 건 아니었다.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았고, 조우진은 오랫동안 무명의 그늘 속에서 버텨야 했다.

서울로 올라온 지 16년이 지나서야 그늘에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영화 '내부자들'의 조 상무라는 기회가 온 것이다. 조우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형적인 조폭 캐릭터에서 벗어난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기회는 OCN '38사기동대', tvN '도깨비'로 이어졌고, 마침내 조우진은 배우로서 조금씩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이후 조우진 앞에 펼쳐진 건 그야말로 꽃길이었다. 조우진은 2017년에만 아홉 편의 영화와 두 편의 드라마 등 총 11편의 작품에서 활약했고, 2018년엔 네 작품, 2019년에도 세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를 빠르게 쌓아갔다. 이 과정에서 조우진은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국가부도의 날'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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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신만의 입지를 천천히 다져오던 조우진은 영화 '발신제한'으로 22년 연기 인생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을 기회를 얻게 됐다. 최근 개봉한 '발신제한'은 평범한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가 딸 혜인(이재인)과 차를 타고 가던 중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는 도심추격스릴러로, 조우진은 94분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홀로 책임진다.

처음 '발신제한'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고민이 많았다고. 심지어 작품을 고사하기도 했단다. 조우진은 "겁이 났다"면서 "이걸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컸다. 내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작품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걱정됐다. 또 해내기가 쉽지 않은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라 자신도 없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다만 감독님을 만난 뒤 이야기를 나누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조우진은 "당시 감독님의 얼굴과 눈에서 '이 작품을 당신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정을 봤다. 결국 같이 손을 덥석 잡고 '불구덩이에 같이 뛰어들자'고 말했다"며 출연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러나 단독 주연이라는 부담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조우진은 "촬영할 때에도 늘 이런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면서 "부담감을 잊기 위해 더 성규라는 캐릭터에 집중했다.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도 건네보고 나름의 연구도 했다. 이런 과정들 덕분에 부담감을 좀 덜고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단독 주연에 대한 부담보단 인물에 대한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컸던 것 같다.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 단독 주연에 대한 생각을 잊게 됐다"고 전했다.

막상 개봉을 앞두니 주연의 무게감으로 인해 "마치 한일전을 앞둔 기분"이라고. 조우진은 "너무 긴장된다. 또 영화 개봉 일정 자체가 저희가 선봉에 선 느낌이라 부담이 된다. 9번 타자인 줄 알고 나갔는데 개막전 선발 투수가 된 듯한 느낌이다. 살이 떨리고 구름 위에 붕붕 떠있는 기분이다. 멘탈을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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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제한'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긴장감 넘치는 카체이싱 액션과 조우진의 상반신 연기다. 극중 성규는 자신의 시트 아래 설치되어 있는 폭탄이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부산 도심을 가로지른다.

운전석에만 앉아 이른바 '상반신 연기'를 펼친 조우진은 "아무래도 상반신으로만 연기를 해야 하다 보니 밀도에 주안점을 뒀다"며 "감정을 세분화시켜 표현하려 했다. 감독님과 제일 많은 대화를 나눈 부분도 그 점이다. 너무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딱 맞는 감정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보기 편한 연기를 하기 위해 신경 썼다. '발신제한'의 묘미는 순간의 상황이 주는 서스펜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 안에서 생기는 감정들과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섬세한 감정에 집중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부작용이 생겼다. "촬영이 끝난 뒤 병원에 가보니 혈압이 올라가 있었다"고. 조우진은 "그때부터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다만 언론시사회 이후엔 좀 차분해진 느낌이다. 여전히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많은 격려와 응원 덕분에 잘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조우진은 카체이싱 액션에 대해선 "사고 안 나고 끝나 참 다행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엔 부산 해운대를 통제한 뒤 촬영을 진행한다는 말을 듣고 '이 사람들이 미쳤구나' 싶었다. 거기를 꿰뚫는 게 가능은 한가 싶었다"면서도 "다만 동시에 '이걸 잘 찍어내면 좋은 결과물을 관객분들께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발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고, 최대한 사고가 나지 않고 안전하게 촬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런 위험에도 '발신제한' 카체이싱 액션의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는 조우진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작품이 주는 현장성과 바로 옆에 있는 듯한 직관성이 중요하다'해서 '그럼 제가 운전해야겠네요'라고 하니 도전해보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직접 했다. 다만 확률상 따져봤을 때 조금만 잘못해도 목숨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신이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고, 그걸 제외하면 대부분 제가 맡았다. 다시 생각해 봐도 참 사고 안 나고 끝나서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이처럼 조우진은 촬영 내내 감독은 물론 스태프와 끝없이 회의를 나누며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 노력했다. 때문에 조우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건 단연 동지애라고 생각한다"며 "'발신제한'이라는 원팀, 이 원팀이 가장 인상 깊었다. 원팀을 모토로 한 몸처럼 움직였고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 보시는 분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하겠지만 충분히 즐기실 수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발신제한'으로 꿈을 이루게 된 조우진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조우진은 "계속해 스스로에 대한 잣대를 높여놓고 가혹하게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배우의 숙명이고 연기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야만 관객들을 더 잘 설득할 수 있다"면서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작품에 맞는 적절한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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