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 그냥 춤 잘 추는 언니들이 아니다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09.24(금) 11:00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춤 추는 언니들이 이렇게 멋진 줄, 미처 몰랐던 과거가 애석할 정도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에 출연 중인 ’모니카’와 ‘허니제이’, ‘아이키’, ‘리헤이’, ‘효진초이’, ‘가비’, ’노제’, ‘리정’ 등, 저마다의 스타일을 가진 8명의 리더와 그들이 이끄는 스트릿댄스 크루, ’프라우드먼’과 ‘허니뱅’, ‘훅’, ’코카앤버터’, ‘원트’, ‘라치카’, ‘웨이비’, ‘YGX’를 비롯한, 여성 댄서들에 관한 이야기다.

‘스우파’가 불러 일으키는 바람이 심상치 않다. 각종 SNS와 OTT 서비스에서 얼마나 숱하게 게재되고 공유되는지가 오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는데, 어딜 가나 ‘스우파’ 관련 콘텐츠인 것이다. 심지어 프라우드먼의 모니카와 립제이는 얼마 전 가수 ‘이하이’의 무대에 댄서로 함께 섰다가 ‘직캠(팬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까지 찍혔다.

그동안 직캠의 대상이 주로 아이돌 가수 혹은 스타였단 점을 생각할 때 놀라운 현상이다. 이제는 무대에서 댄서들의 얼굴이 보일 뿐만 아니라 어디에 누가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는 이들 또한 늘고 있으니, 한때 백업댄서라고 대기실도 없이, 그저 가수들의 기쁨조로서만 취급받던 때와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댄서라는 직업의 전문성이 대대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그렇다고 ‘스우파’가 자만할 건 없다. 해당하는 성취에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스우파’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댄서들이니까. 물론 ‘스우파’가 담당한 매개체로서의 역할, 즉 타이밍을 잘 맞추어 댄서들이 마음껏 놀아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 스트릿댄스 씬에서 자신만의 역량을 충실히 쌓아오며 오늘에 이른 댄서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파급력이, 과연 가능했을까. 아마 여타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별다르지 않은 식상함만 남겼을 테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게 댄서들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룰이나 편집 방식 등이 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보아왔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출연한 이들의 개인적 서사를 끌어내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기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신기한 게, 분명 여러번 접했던 모양새의 감동임에도 불구하고 ‘스우파’의 것은 진부하다거나 작위적이란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자진해서 한층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데, 참가한 댄서들의 스트릿댄스를 향한 애정어린 열정, 그리고 그를 위해 쌓아온 시간과 커리어에 보이는 자신감이 하나의 진정성이 되어 대중으로 하여금 신뢰할 수밖에 없는 힘을 발휘한 결과라 하겠다.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낡은 틀은 눈에 거슬리지, 아니, 아예 신경도 쓰이지 않게 되었고, 덕분에 ‘스우파’는 여타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이득을 얻었다.

현실적 두려움을 뒤로 하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인물이 자신의 업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좋아하여 기어코 전문성을 인정받는 자리에까지 오른 모습은, 오늘의 대중에게 보는 것만으로 크나큰 위로이자 격려가 될 수밖에 없다. 각박해지는 현실로 인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세계에 살고 있는 까닭이다. 많은 이들이 ‘스우파’의 댄서들에게 하염없이 매료되어버린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SNS]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키워드 : 스우파 | 스트릿우먼파이터
싸이월드공감